은혜 갚은 까치

옛날 옛날, 한 젊은 선비가 살았습니다.

집은 가난했지만 마음이 착하고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어느 해 선비는 과거 시험을 보려고 봇짐을 메고 한양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깊은 산속을 지날 때였습니다. 어디선가 까치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주 다급하게 울고 있었습니다.

“깍깍! 깍깍!”

선비가 가 보니, 커다란 나무 위로 시커먼 구렁이 한 마리가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나무 꼭대기에는 까치 둥지가 있었고, 둥지 안에서는 아직 날지도 못하는 새끼 까치들이 떨고 있었습니다.

선비는 얼른 활을 꺼내 쏘았습니다. 화살이 구렁이에게 맞았고, 구렁이는 나무에서 툭 떨어졌습니다.

어미 까치가 선비 머리 위를 빙빙 돌며 울었습니다. 꼭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 같았습니다.

선비는 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날이 저물고 어두워졌습니다. 잘 곳을 찾아 헤매는데, 저 멀리 불빛 하나가 보였습니다.

외딴 집이었습니다. 문을 두드리자 고운 옷을 입은 여인이 나왔습니다.

“어서 들어오셔요.”

여인은 방을 내주고 따뜻한 밥까지 차려 주었습니다. 선비는 고단해서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한밤중이었습니다. 선비는 숨이 막혀 눈을 떴습니다.

커다란 구렁이가 선비의 몸을 칭칭 감고 있었습니다.

“낮에 네가 죽인 구렁이가 내 남편이다. 이제 내가 너를 잡아먹겠다!”

선비는 살려 달라고 빌었습니다. 구렁이가 말했습니다.

“이 산 위에 빈 절이 하나 있다. 날이 밝기 전에 그 절의 종이 세 번 울리면 살려 주마. 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으니, 종이 울릴 일은 없겠지.”

선비는 눈을 꼭 감았습니다. 밤은 깊어 가고, 하늘이 조금씩 밝아 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데엥……”

산 위에서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데엥……”

또 한 번.

“데에엥……”

세 번째 종이 울리자, 구렁이는 약속대로 선비를 풀어 주고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날이 밝자 선비는 산 위의 절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누가 종을 쳤는지 궁금했거든요.

종 아래에 까치 두 마리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어제 선비가 구해 준 새끼들의 엄마 아빠 까치였습니다. 작은 몸으로 커다란 종에 머리를 부딪쳐 종을 울린 것입니다.

선비는 까치들을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어 주고 오래 울었습니다.

그 뒤 선비는 과거에 급제했습니다. 그리고 평생 까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꼭 도우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이 전해 옵니다.

읽어 주실 때

구렁이 목소리는 낮고 느리게, “쉬익” 하는 소리를 섞어 보세요. 여인이 구렁이로 바뀌는 대목에서 목소리가 달라지면 아이들이 숨을 죽입니다.

종소리에서 충분히 쉬세요. “데엥” 한 번에 서너 박자씩. 이 이야기의 가장 큰 순간은 그 기다림 속에 있습니다.

까치 사진을 보여 주세요. 캐나다에는 한국 까치가 없지만, 비슷하게 생긴 새가 있습니다.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까치 닮은 새를 함께 찾아보시면 이야기가 아이 곁으로 옵니다.

물어보세요. “까치는 왜 종을 쳤을까?” 아이가 ‘고마워서’라는 말을 스스로 꺼내면, 그날 이야기는 제 할 일을 다 한 것입니다.

손주가 한국어를 어려워하면

영어로 옮긴 짧은 줄거리를 아래에 붙입니다. 한국어로 먼저 읽어 주시고, 아이가 어리둥절해하면 그때 영어로 한 번 더 설명해 주세요. 한국어 소리를 먼저 들려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A young scholar was traveling through the mountains when he heard magpies crying. A big snake was climbing toward their nest full of baby birds. He shot the snake with his bow and saved them.

That night he stayed at a lonely house in the woods. At midnight he woke up — a huge snake was wrapped around him! “You killed my husband today,” she hissed. “Now I will eat you.”

But she made him a promise: “If the bell at the empty temple on the mountain rings three times before dawn, I will let you go.”

Just before sunrise — dong… dong… dong… The bell rang three times, and the snake let him go.

In the morning, he climbed up to the temple. Under the bell lay the two parent magpies. They had struck the bell with their own small heads to save him.

The scholar never forgot their kindness for the rest of his life.

이 이야기에 대해

강원도 원주 치악산에 얽힌 전설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원래 전해지는 이야기에서는 까치 대신 꿩이 은혜를 갚는데, 산 이름 ‘치악(雉岳)’의 ‘치’ 자가 바로 꿩을 뜻합니다. 세월이 흐르며 아이들에게 더 친숙한 까치로 바뀌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조금 무섭고, 조금 슬픕니다. 그래서 오래 남습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제 몸을 던져 은혜를 갚는 모습은, 고맙다는 말이 무엇인지 아이에게 설명 없이 가르쳐 줍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어릴 때 들으셨던 그 이야기를, 이제 손주에게 들려주실 차례입니다.

이 코너는 한국의 구전 동화를 아이에게 읽어 주기 좋게 짧게 풀어 씁니다. 여러분이 어릴 때 들으셨던 다른 이야기가 있으시면 댓 게시판에 남겨 주세요. 다음 회에 실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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