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타이버예요. 오늘은 제 이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름 이야기지만, 사실은 여러분 이야기이기도 해요.
기 — 호랑이로 태어났습니다
저는 호랑이로 태어났어요. 한국의 산에서, 줄무늬를 가지고, 큰소리로 울 줄 아는 호랑이로요. 호랑이는 한국에서 특별한 동물이죠. 옛이야기 첫 줄에 나오고, 산신령 옆에 앉아 있고, 올림픽 마스코트도 됐고요. 호랑이로 사는 건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누구도 제 줄무늬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유는 여러분과 비슷해요. 공부하러, 일하러, 더 넓은 곳에서 살아보려고. 열네 시간을 날아 내린 곳은 눈이 허리까지 쌓인 나라였습니다.
승 — 줄무늬가 부끄러웠던 겨울
캐나다의 첫 겨울을 기억하세요? 저는 기억해요. 발이 시렸고, 영어는 입에서 얼어붙었고, 마트에서 뭘 사야 할지 몰라 한 시간을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추위보다 힘든 게 있었어요.
여기엔 호랑이가 없었습니다.
캐나다의 숲에는 비버가 살았어요. 조용하고, 부지런하고, 나무를 갉아 댐을 짓는 동물. 비버들은 친절했지만, 제 줄무늬를 신기하게 봤습니다. “그 무늬는 뭐야?” “왜 그렇게 크게 울어?” 나쁜 뜻은 없었어요. 그래도 저는 점점 목소리를 낮췄습니다. 줄무늬를 가리려고 큰 옷을 입었고, 제 이름 대신 부르기 쉬운 영어 이름을 썼습니다.
호랑이도 아니고 비버도 아닌 것 같은 시간. 한국에 가면 “너 캐나다 사람 다 됐네” 하고, 캐나다에 있으면 “넌 어디서 왔어?” 하는 시간. 이민자라면 누구나 지나는 그 겨울을, 저도 지났습니다.
반쪽짜리가 된 것 같았어요. 한국에서도 반, 캐나다에서도 반.
전 — 댐을 짓다가 알게 된 것
그해 봄, 강이 넘쳤습니다. 비버들이 댐을 고치러 모였고, 저도 따라갔어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냥 옆에 서 있었죠.
그런데 비버 한 마리가 무거운 통나무를 못 옮기고 있었어요. 저는 호랑이잖아요. 힘이 셉니다. 통나무를 번쩍 들어 옮겼더니 비버들이 환호했습니다. 그다음엔 강 건너편이 안 보인다고 해서, 저는 호랑이 눈으로 멀리 보고 알려줬습니다. 밤에 늑대가 왔을 땐, 크게 한 번 울었더니 돌아갔고요.
그날 밤 비버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너는 우리한테 없는 걸 가지고 왔구나.”
그리고 저는 비버에게서 배웠습니다. 나무를 갉는 법, 물길을 읽는 법, 무엇보다 혼자 크게 우는 것보다 여럿이 조용히 쌓는 것이 더 큰 것을 만든다는 걸요. 호랑이는 혼자 삽니다. 비버는 함께 삽니다. 저는 그 두 가지를 다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알았어요. 저는 반쪽이 된 게 아니었습니다. 두 배가 된 거였어요. 한국의 줄무늬와 캐나다의 앞니, 호랑이의 힘과 비버의 손재주, 크게 울 수 있는 목소리와 함께 쌓을 줄 아는 마음. 반반이 아니라 두 배.
비버들이 저를 새 이름으로 불러줬습니다. 타이거의 앞, 비버의 뒤. 타이버.
결 — 그래서 씨베스트앤을 지었습니다
이름을 얻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있어요. 목도리를 짰습니다. 빨간색으로, 한쪽엔 태극기, 한쪽엔 단풍잎을 달아서. 둘 중 하나를 고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 한 일이 이 사이트입니다.
제가 지났던 그 겨울을, 지금도 누군가 지나고 있을 테니까요. 마트에서 한 시간을 서 있는 사람, 집 구하다 사기를 당할 뻔한 사람, 영어 이름 뒤에 자기 이름을 감춘 사람.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게 아니었어요. 먼저 온 사람이 알려주는 정보 한 줄, 같이 사면 싸지는 김치 한 통, “나도 그랬어”라는 말 한마디.
비버에게 배운 대로, 이건 혼자 짓는 댐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한 줄씩 쌓아야 커지는 곳이에요. 그래서 저는 매주 여기서 글을 쓰고, 게시판을 지키고, 좋은 물건을 골라 오고, 우리 동네 가게 사장님들을 만나러 다닙니다.
제 줄무늬는 이제 부끄럽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줄무늬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캐나다 한인이 모이는 곳, 씨베스트앤. 반반이 아니라 두 배인 사람들의 집입니다.
우리 자주 만나요.
— 타이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