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가 읽어 주는 옛날이야기 ①
손주가 한국어를 잘 못 읽습니다. 할머니는 영어 동화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둘이 같이 읽을 책이 없습니다. 이 코너는 그 사이를 메워 보려고 시작합니다. 옛날에 할머니가 들으셨던 이야기를, 손주에게 읽어 주실 수 있게 짧게 풀어 씁니다.
첫 번째 이야기 — 호랑이와 곶감
옛날 옛날, 깊은 산속에 호랑이 한 마리가 살았습니다.
어찌나 크고 무서운지, 산짐승들은 호랑이 발소리만 들려도 숨었습니다. 사람들도 해가 지면 문을 꼭 닫아걸었지요.
어느 겨울밤이었습니다. 호랑이는 배가 몹시 고팠습니다. 먹을 것을 찾아 산을 내려와 마을까지 왔습니다.
어느 집 앞에 이르렀을 때, 안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주 서럽게 울고 있었습니다.
호랑이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울지 마라, 울지 마. 자꾸 울면 여우가 와서 잡아간다.”
아기는 그래도 울었습니다.
“울지 마라. 저기 곰이 온다.”
아기는 더 크게 울었습니다.
호랑이는 슬슬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여우도 곰도 안 무섭다 이거지. 그럼 내 차례구나.’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울지 마라, 얘야. 호랑이가 온다, 호랑이!”
호랑이는 어깨를 쫙 폈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제 울음을 뚝 그치겠구나.’
그런데 웬걸. 아기는 더 크게 울어 젖혔습니다.
호랑이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아니, 내가 무섭지 않다고?’
그때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옜다, 곶감.”
그러자 아기가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호랑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곶감? 곶감이 대체 뭐길래? 여우도 아니고 곰도 아니고, 이 산중 임금인 나도 못 그치게 한 울음을 단번에 그치게 하다니. 곶감이란 놈은 나보다 훨씬 무서운 놈이 틀림없다!’
호랑이는 무서워서 털이 곤두섰습니다. 그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산으로 내뺐습니다.
그날 밤 호랑이는 잠을 못 잤다고 합니다. 곶감이 쫓아올까 봐요.
그래서 지금도 호랑이는 감나무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읽어 주실 때
- 목소리를 바꿔 보세요. 호랑이는 굵게, 어머니는 부드럽게, 아기 울음은 “응애응애” 하고요. 아이들은 내용보다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 “뚝”에서 한 박자 쉬세요. 이 이야기의 웃음은 그 자리에서 터집니다.
- 곶감을 보여 주세요. 한인 마트에 가면 있습니다. 이야기 끝나고 하나 쥐여 주시면 그날을 오래 기억합니다.
- 물어보세요. “호랑이가 왜 도망갔을까?” 아이가 답을 찾는 과정이 이야기보다 재미있습니다.
손주가 한국어를 어려워하면
영어로 옮긴 짧은 줄거리를 아래에 붙입니다. 한국어로 먼저 읽어 주시고, 아이가 어리둥절해하면 그때 영어로 한 번 더 설명해 주세요. 순서가 중요합니다. 한국어 소리를 먼저 들려주셔야 합니다.
A hungry tiger came down from the mountain one winter night. He heard a baby crying inside a house.
The mother said, “Stop crying, or a fox will come.” The baby kept crying. “Stop crying, or a bear will come.” The baby cried louder.
Then she said, “Stop crying — a tiger is coming!” The tiger puffed up with pride. But the baby only cried harder.
Then the mother said quietly, “Here, have a gotgam — a dried persimmon.” And the baby stopped. Just like that.
The tiger was terrified. “What is this gotgam? Not the fox, not the bear, not even me — the king of the mountain — could stop that crying. This gotgam must be far more fearsome than I am!”
And he ran back up the mountain without looking back.
이 이야기에 대해
한국에서 오래 전해 내려온 이야기입니다.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고, 마을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해집니다. 어떤 데서는 호랑이가 소도둑과 부딪치는 대목이 이어지고, 어떤 데서는 여기서 끝납니다.
이 이야기가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아마 웃음의 자리가 좋아서일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줄 알았던 호랑이가, 감 말린 것 하나에 놀라 달아납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아는 것을 호랑이가 모른다는 사실에 크게 웃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어릴 때 들으셨던 그 이야기를, 이제 손주에게 들려주실 차례입니다.
이 코너는 한국의 구전 동화를 아이에게 읽어 주기 좋게 짧게 풀어 씁니다. 여러분이 어릴 때 들으셨던 다른 이야기가 있으시면 씨베스트앤 게시판에 남겨 주세요. 다음 회에 실어 드리겠습니다.
